화면에 잡힌 기괴한 형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수지의 어둠 속엔 대체 무엇이 잠겨 있는 것일까. 이 호기심이 살목지를 끊임없이 맴돌게 만든다. 이상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살목지>(가제)는 왜곡된 로드뷰로 인해 특정 지역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PD 수인(김혜윤), 로드뷰 촬영 업체 소속의 경태(김영성)와 경준(오동민) 형제, 수인과 같은 회사 직원인 성빈(윤재찬), 호러 방송 채널 운영자 세정(장다아)이 로드뷰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살목지’라는 저수지를 방문하고 곧 설명 불가한 존재와 마주한다.
<함진아비> <귀신 부르는 앱 0> 등 앞서 공포영화를 연출한 바 있는 이상민 감독은 공포 유튜브, 공포 게임 플레이 콘텐츠를 즐겨보고 “호러영화의 신선한 연출 신을 신나하며 분석할” 정도로 해당 장르를 선호한다. 제작사로부터 살목지 소재의 연출을 제안받은 뒤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사람을 홀리는 물귀신”에 주목하게 됐다고. “실제 살목지를 방문했을 때 밤까지 머물렀는데 물속에서 자라 나온 나무들이 마치 사람의 머리카락 같았다. 다른 저수지와의 가장 큰 차이였고, 그런 풍경과 방문자들이 남긴 흔적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영화에는 “음습하고, 축축하고, 끈끈하며 벗어날 수 없는 정글 같은 살목지의 공간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전철역, 병원 등 건물이 아닌 숲과 군락지, 경계가 모호한 물가의 특징을 적극 활용했다.” 물귀신이 등장하는 공포물이 드물기 때문에 “물귀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연구해 신선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다. “<살목지>는 결국 로드뷰를 찍으러 가며 시작하는 이야기다. 360도 카메라로 로드뷰를 찍다보니 왜곡이 생기고 그 괴상한 이미지가 초반부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일 것이다.” 사운드 측면에선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조성하기 위해 “물속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 아무도 없는데 ‘풍덩’ 하고 뭔가 빠지는 소리” 등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고자 했다.
미궁 같은 살목지에는 누가 갇힐까. 먼저 팀을 이끄는 수인은 “책임감이 강해 살목지에서 일어나는 일이 두려워도 끝까지 해결”하려는 캐릭터다. “<불도저에 탄 소녀>에서 김혜윤 배우가 보여준 강렬한 에너지가 뇌리에 오래 남았다. 날카로우면서도 힘 있는 김혜윤 배우의 모습이 냉철하고 영민한 수인에게 잘 어울릴 것이라 판단했다.” 후발주자로 살목지에 도착한 수인의 동료 기태는 이종원 배우가 맡았다. “기태가 나올 때만큼은 관객들이 안심할 수 있길 바랐다. 이종원 배우의 눈빛과 포근한 목소리가 기태와 시너지가 좋았다.” 수인의 상사 교식 역엔 김준한 배우가 캐스팅됐다. “교식의 미스터리함을 처음부터 대놓고 드러내면 자칫 연출, 연기가 유치해질 수 있는데 김준한 배우가 그 선을 잘 지켜주었다.” 내내 진위를 의심하면서도 시선을 돌릴 수 없는 살목지의 괴이함에 마침내 빠져들 때가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