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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야기는 살아갈 힘을 준다 - <두 번째 아이>(가제) 유은정 감독

어떤 영화는 7살 꼬마의 공상에서 시작된다. <밤의 문이 열린다>로 유령적 형상을 만들어냈던 유은정 감독이 어린 시절 상상을 녹인 신작 <두 번째 아이>(가제)로 돌아왔다. “어릴 때 베란다에서 내려다볼 때 아래로 떨어지면 내가 땅을 뚫고 다른 세계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죽음이 아니라 재밌는 다른 일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고. 남에게 말하면 무서운 생각이라고 느낄까봐 얘기는 안 했지만, 상상과 이야기들이 어린 시절을 지배한 것 같다.” 긴 시간이 흘러 어린 시절의 공상을 끄집어낸 건 ‘여자아이가 사랑하는 언니를 떠나보내고 그 언니와 똑같이 생긴 아이를 만난다’라는 로그라인에서 이야기를 키워나가면서부터다.

주인공 소녀 수안(박소이)은 코마에 빠진 뒤 3년이 지나 눈을 뜨고, 엄마 금옥(임수정)에게 언니 수련(유나)이 죽었다는 얘길 듣는다. 언니를 그리워하던 수안은 학원 가는 길에 언니와 똑같이 생긴 재인(유나)을 우연히 만난다. 수안 앞에 벌어진 기이한 일들은, 집안 대대로 구전돼 할머니가 그림책으로 엮기도 한 ‘그림자와 두 아이’란 극 중 동화와 얽히면서 본격적인 판타지로 도약한다. 지하 세계에 사는 그림자가 땅 위에서 뛰노는 두 아이를 보고 질투하여 둘 중 한 사람의 몸을 달라고 요구하는 옛날이야기는 이제 수안에게 책을 넘어 현실로 다가온다. 그림자는 아이에게 재인을 내놓으라 유혹하기에 이른다. 유은정 감독이 창조한 그림자란 묘한 존재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림자는 사후 세계에서 태어났기에 얼굴이 없고, 다른 이를 따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 목탄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그 질감을 따라가려 했다. 두 가지 컨셉이 합쳐져 목탄 질감의 크리처가 탄생했다.”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괴상한 일은 임수정 배우를 통해 구현되면서 <장화, 홍련>을 떠올리게 한다. <두 번째 아이>의 금옥은 <장화, 홍련> 속 수미(임수정)와 포개지기도, 달라지기도 하며 관객을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할 것이다. 유은정 감독은 “후반에 가면 임수정 선배님이 오히려 염정아 선배님(<장화, 홍련>의 엄마 연주 역)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두 번째 아이>는 결국 아이들의 시선을 견지하는 서정적 판타지다. <파친코><유괴의 날>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유나 배우는 일인다역으로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담보>의 박소이 배우는 누군가를 지키려 애쓴다.

202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막바지 VFX 수정 작업을 거쳐 올해 개봉할 예정이다. 미래의 관객을 향해 유은정 감독은 조곤조곤하게 인사말을 건넸다. “영화를 보며 삶의 어떤 태도를 배웠고, 힘들 때 이겨내려는 힘을 배웠다. 내가 본 영화들처럼 <두 번째 아이>를 본 관객이 감동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생각에 빠졌으면 좋겠다.”

<두 번째 아이>(가제)

<두 번째 아이> 첫 공개 스틸.

제작 영화사 달리기 | 감독 유은정 | 출연 박소이, 유나, 임수정 | 배급 미정 | 개봉 202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