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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는 이 세계가 영원했으면 좋겠어 - <토이 스토리 5> 매케나 해리스 감독

Tech VS Toys. 전자기기냐 장난감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7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5>는 오늘날 어린이들의 현실을 반영하며 장난감들에 새로운 위기를 건넨다. 제시의 이야기로 해석된 이번 속편은 60년대생이자 <토이 스토리 1>의 각본가인 앤드루 스탠턴과 90년대생이자 <토이 스토리 1> 시기 즈음에 태어난 매케나 해리스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영화 안팎으로 세대교체가 느껴지는 지금, <토이 스토리>처럼 명랑발랄한 매케나 해리스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가 진행될 때 나는 어깨에 우디 피겨를 얹혀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새로운 장난감을 경계하던 친구들은 마침내 태블릿PC와 대결하게 된다. 그간 <토이 스토리>시리즈를 지탱해온 요소는 귀여움, 유머,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대체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다. 이 공포심이 이번 작품에서는 어떻게 활용되었나.

이번 속편에서는 테크놀로지 VS 장난감의 대결 구도를 그린다. 사실 기술과 장난감 사이의 경쟁을 말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기술이 이긴다. 우디가 말하지 않나. “Toys are for play. Tech is for everything.”(장난감은 놀기 위해 있지만 기술은 모든 것을 위한 것이잖아.) 릴리패드의 관점에서 보면 장난감은 딱 한 가지 역할만 한다. 우리 모두 놀이가 아이들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놀이를 통해 실제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잘 알지만 장난감들이 느낄 대체에 대한 공포는 그 어떤 때보다 높아졌다. 단순한 대체의 문제가 아니다. 렉스가 말했듯 이건 거의 ‘완전한 멸종’에 가깝다.

- 보니가 릴리패드를 손에 쥔 건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15분 만이었다. 속편의 새로운 인물을 생각보다 빠르게 등장시켰다는 인상이다. 새로운 균열 양상을 속도감 있게 설명하기 위한 건가.

영화제작 과정에 여러 버전이 있었다. 기획 초기 단계에는 릴리가 이 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충격이자 유행인 것처럼 보여주는 편도 있었다. 하지만 기술은 우리 일상 곳곳에,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까지 맞닿아 있다. 우리가 인식하기 훨씬 전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중심부에 침투해 있다. 그 일상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릴리패드가 상징하는) 기술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이곳에 있었구나’ 하고 관객이 관찰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여기서 과제가 생겨난다. 인지하지 못했던 파격을 어떻게 등장시킬 것인가. 보니가 장난감과 순수하고 목가적인 삶을 향유할 때. 그때가 바로 적격이라 생각했다. 그게 영화 시작 이후 15분 만이다. 평화로운 보니의 일상이 방해받는 것만 같고, 다른 아이들과 다른 개별성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관객은 스스로 사유하게 된다. 심지어 상실감마저 안겨준다. 영화 시작 15분 만에 펼쳐지는 장면은 이런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장난감과 보낼 수 있는 최상의 시간을 보냈잖아. 그런데 그게 얼마나 순식간에 반전될 수 있는지 봤지?”

-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든다. 현실 세계의 많은 아이들은 실제로 온라인 세상에서 친구 관계를 유지하거나 새 친구를 사귄다. <토이 스토리 5>가 이것을 문제 삼은 뒤 자기들만의 환상적인 해피엔딩으로 빠져나가고 나면, 현실에 남은 어린이들은 더 허무해지고 허망해질 수밖에 없다.

현실 문제를 어디까지 관여할지는 우리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무엇보다 현재 아이들은 우리 세대만큼 과거에 대한 선천적인 향수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왜곡해서는 안됐다. 어린이들이 “아, 기술이 없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말은 하지 않으니까. (웃음) 그들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 세계관은 이미 존재해 있다. SNS로 자신을 드러내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각기 다른 자아를 구성하는. 이 영화를 만든 어른들보다 아이들에게 기술이 더 근원적으로 녹아 있다. 그 차이를 우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렇기에 릴리패드 캐릭터를 개발할 때 그가 장난감들과 미묘하게 다르지만, 보니를 사랑하고 보니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다른 장난감들과 동일하다고 프로그래밍화했다. 릴리패드에게는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질서가 있다. 그는 일상의 구획을 깔끔하게 나누고, 재미를 주고, 잠재적으로 유대감까지 형성한다. 동시에 그 기술 때문에 발생하는 실질적인 어려움도 포착하고자 했다. 그것 또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간극을 이분법적으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릴리패드는 빌런이 아니다. 장난감들과 역사와 기억, 지향점이 조금 다르게 설계돼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영화는 게임 중독이나 패드 중독처럼 ‘중독’을 주요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제 막 친구들을 만들고 싶어 하는 아동기의 욕망과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그 가능성을 조명했다.

- 테크놀로지를 어떤 식으로 묘사할지에 대한 픽사 내부의 다른 의견은 없었나.

맨 처음에는 장난감들과 릴리패드가 보니에게 구애받고자 경쟁하는 내용이었다. 일종의 ‘관심 경제’다. 릴리패드가 보니를 화면에 중독시켜 스크린 좀비로 만드는 동안, 장난감들은 보니를 기다리며 관심에 메말라갔다. 근데 이 버전은 우리가 지향하는 <토이 스토리>와 맞지 않았다. 장난감들은 훨씬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다. 보니와 놀 시간을 마냥 기다리며 쫓아다니는 모습이 영 고상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전환점이 온 거다. 사실은 보니가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제시가 그것을 알아차린다면? 거기서부터였다. 아마도 장난감들은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 같았다. 그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릴리패드는 숙명적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보니에게 선한 존재인지, 나쁜 존재인지.

- 릴리패드 외에 등장하는 전자기기 캐릭터들도 인상적이다. 특히 코난 오브라이언의 목소리 명연기가 돋보이는 배변 교육 디바이스 스마티 팬츠는 새초롬한 눈빛이 매력적이다. 그와 자꾸만 투닥거리는 제시는 화가 날 때마다 스마티 팬츠 몸통을 계속해서 발로 찬다. (웃음) 영화를 보다 세어보기까지 했다. 세 번이었다.

제시는 생각하기 전에 일단 행동부터 해버리는 캐릭터라서 그렇다. (웃음) 우디는 매우 신중하고 모든 일의 과정을 꼼꼼히 따져본다. 앤디든 보니든 그를 위한 일이라면 더더욱 논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그에 반해 제시는 열정적이고 기백이 넘친다. 그래서 화도 잘 내고. 제시도 가끔은 감정을 내려놓으려 노력한다. 아주 가끔은.

- 보니는 결국 블레이즈와 친구가 된다. 마음속의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장난감들이 용기를 북돋아준 결과다. 그런데 여느 영화에서처럼 두 사람은 동갑으로 설정돼 있지 않다. 보니는 8살, 블레이즈는 9살 반. 서로 다른 나이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약간의 거리감을 남기고 싶었다. 블레이즈는 보니가 원할 때 언제든 사귈 수 있는 친구가 아니다. 정확히는 친구가 ‘되고 싶은’ 친구다. 어릴 적 동네 놀이터에서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언니를 본 적 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정말 멋지다. 저 언니랑 친해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소녀들의 현실적 감정을 불어넣고 싶었다. 보니에게 블레이즈는 같은 취향을 지닌 동료이지만, 언니로서 동경심도 갖고 있길 바랐다. 동시에 8~9살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도 함께 담고 싶었다. 보니와 블레이즈는 모두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마침 장난감의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기술과 전자기기를 접하기 시작한 나이다. 딱 그 생애주기를 보여주고자 했다.

- 보니는 댄스 수업 친구들과 게임 속에서 관계를 이어가지만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여전히 장난감을 갖고 논다는 이유만으로 단톡방에서 놀림을 받기도 한다. 사실상 사이버불링에 가까운 순간이다. 이 광경을 목격한 릴리패드는 보니가 자신을 통해 친구를 만들지 않길 바라면서 후원 물품 박스에 몸을 내던진다. 전자기기 입장에선 일종의 자결처럼 보였다.

릴리는 제시가 보니에게 어떤 의미인지 계속 경시한다. 제시는 온통 직감으로 움직인다. 영화 내내 이런 식으로 말한다. “뭔가 이상해. 서로 앉아서 스크린만 보는 게 친구야? 저들이 보니에게 진짜 잘 맞는 친구인 게 맞아?” 그에 반해 릴리패드는 느낌이 아니라 로직과 데이터로 움직인다. 계획을 세우는 데 철두철미하고 판단도 깔끔하다. 보니에게 친구가 없다면? 그 목적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게임 폰드에서 실행하면 그만이다. 릴리가 아는 디지털 세상은 친구를 만드는 데 경계도 제한도 없는 자유로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온라인상에 내던진 갈고리가 어디로 향할지, 무엇을 끌고 올지 알 수 없다는 위험한 사실을 처음 경험한다. 릴리패드는 태생적으로 결과를 목격한 뒤에야 문제를 깨닫는다. 그때 비로소 이해한다. 제시가 말한 ‘이상한 지점’이 바로 이거였구나. 제시의 직감과 경험을 경청했다면 어땠을까, 자기부정과 함께 릴리패드는 후회한다.

- <씨네21>에서 <토이 스토리> 팬덤을 대상으로 앙케트를 진행했다. 그중 ‘스핀오프로 나오길 바라는 인물은?’이라는 질문에서 의외의 인물이 1위를 차지했다. 버즈나 제시, 보핍도 아닌 바로 앤디. 대학 가고 나서도 계속해서 장난감을 모았을 것 같다고. (웃음)

오 마이 갓! 우리도 그 얘기했는데! 앤드루 스탠턴 감독과 린지 콜린스 프로듀서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3편 이후 앤디가 어떻게 지내는지 추측해보고 싶다고. 우리 모두 앤디와 함께 자라왔고, 이 캐릭터와 유대감이 깊지 않나. 무엇보다 수집 열풍과 덕후 문화가 그 어떤 때보다 거세기에 그의 앞날을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되는 듯하다. 나도 궁금하다.

- 릴리패드를 터치할 수 없던 장난감들은 보니가 키우는 도마뱀 새미 2세를 데려와 태핑시킨다. 이 장면에서 올봄에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호퍼스>가 떠올랐다. 오마주인가.

마법 같은 우연이다. (웃음) <토이 스토리 5>기획 제작의 초창기부터 앤드루 스탠턴은 버즈가 도마뱀을 이용해 화면을 두드리는 장면을 보고 싶어 했다. <호퍼스>의 귀여운 톰이 스마트폰을 두드리기 훨씬 전의 일이다. 하지만 정말 마법 같은 우연이다.

- 가장 만족스러웠던 장면을 꼽아본다면.

보니의 상상 신들. 특히 마지막 결혼식 장면이 너무 좋다. 상상 속에서 제시의 어조, 어휘, 문장 모든 게 계속해서 엉뚱하게 변모한다. 어린 소녀들의 상상이란 얼마나 기묘한지. 얼마나 개구지고 장난스러울 수 있는지.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 이번 작품은 매케나 해리스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그게 <토이 스토리>시리즈라니. 게다가 1편의 각본가였던 앤드루 스탠턴과 공동 연출을 했다. 당신에게 <토이 스토리>란 어떤 의미인가.

…(짧은 침묵) 이건 내 세상이다. <토이 스토리 2>는 내가 영화관에서 처음 본 영화다. 그중에서도 제시를 가장 좋아했다. 영화를 본 뒤 제시 그림을 계속 그렸다. 앤드루 스탠턴 감독에게 이 작품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두려웠다. 그리고 설렜다. 내가 이토록 사랑하고 존경하는 캐릭터들을 직접 연출하다니. <토이 스토리 5>와 함께한 시간은 나를 정말 크게 성장시켰다. 메가 버프된 느낌이다. 하루하루가 도전이었고, 규모도 엄청나고, 범위는 또 얼마나 방대한지…. 그래도 우리 잘한 것 같은데!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