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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여행은 상수

홍상수 투어’를 떠난다면 쉴 틈이 없을 것이다. 그건 홍상수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심지어 세편은 해외에서) 영화를 찍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홍상수의 영화가 기본적으로 여로(旅路)를 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상수처럼 그리고 홍상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5월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34편의 영화를 찍는 동안 홍상수가 유랑했던 대한민국의 곳곳을 지도에 찍어보았다. 또 <씨네21>이 직접 여행 가이드가 돼 테마별 여행지까지 패키징해보았다. 어디든 떠나보자. <생활의 발견> 속 경수(김상경)처럼 끝내 가려던 곳에 못 미쳐도 좋고, <탑>의 병수(권해효)처럼 끝없는 미로 속에 길을 잃어도 좋다.

서울 북촌 투어

<북촌방향>의 개봉을 맞아 배우 유준상과 <씨네21>이 다시 북촌을 찾았다.

‘북촌방향’으로 발길을 돌릴 시간이다. 하지만 영화만 보고 무작정 이 동네를 찾아선 곤란하다. <오! 수정>과 <북촌방향>에 나온 와사등은 요리주점 ‘조선살롱’이, <북촌방향>의 다정은 한식 전문점 ‘온6.5’가 됐기 때문이다. <씨네21>은 여전한 곳 위주로 정리해보았다. <풀잎들>에서 아름(김민희)이 수많은 군상을 관찰하는 ‘카페 이드라’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자. 이곳은 핸드드립 전문점이고, 카페인에 취약한 독자라면 차를 마시면 되겠다. 이제 <자유의 언덕> 패키지를 누릴 차례. 영선(문소리)의 카페 ‘지유가오카핫초메 삼청점’, 모리(가세 료)가 머무는 숙소이자 <북촌방향>의 성준(유준상)과 예전(김보경)이 키스를 나눈 게스트하우스 ‘휴안’까지 둘러보길 권한다. 가는 도중 <북촌방향>처럼 ‘안국동윤보선가’에서 고현정의 얼굴을 한 당신의 열렬한 팬을 만날지도, ‘서울특별시교육청 정독도서관’에서 김상중과 음색이 흡사한 친한 형과 스칠지도 모른다. 모리와 권(서영화)이 데이트를 했던 창덕궁의 ‘원서동빨래터’까지 올랐다면, <북촌방향>과 <당신얼굴 앞에서>의 그곳, ‘소설’까지 힘을 내 가보자. 서울 관광이 처음인 독자라면 유적까지 오가도 좋겠다. 수정(이은주)이 재훈(정보석)의 장갑을 찾아준 <오! 수정>의 경복궁, <우리 선희>의 세 남자가 선희를 찾던 창경궁이 모두 근처에 있다.

서울 서촌 투어

<극장전> 촬영 현장.

홍상수와 서울 종로구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조선조 사대문 안이었던 이 지역은 홍상수의 영화만큼 기운이 영험하다. 우선 서촌 일대를 돌아보자. 출발은 <극장전>1부의 상원(이기우)처럼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 한편을 관람하는 건 어떤지. 아니면 우진(김새벽)이 근무하고 감희(김민희)가 방문하는(<도망친 여자>) 에무시네마에서 영화 한편- 이왕이면 <그녀가 돌아온 날>을- 감상해도 괜찮다. 그리고 조선시대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사직단’으로 걸어가자. 맞다. 대하사극의 최다 빈출 단어, 종묘사직의 그 사직이다. 여기서부터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모녀 데이트 코스를 따르면 좋다. 사직단을 시작으로 ‘서울특별시교육청 종로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사직동 그 가게’에서 짜이도 마시고, ‘원창식당’에서 닭곰탕도 한 그릇 하면 좋다. 인왕산을 옆에 두고, 통인시장과 한옥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40분쯤 걷다 보면 청운공원이 나온다. <여행자의 필요>에서 원주(이혜영) 부부가 이리스(이자벨 위페르)와 산책하다 윤동주의 <서시> 시비(詩碑)를 발견하는 그곳이다.

서울 지하철 6호선 투어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시작은 합정역 서교동 ‘시향’이다. <그 후>에서 아름(김민희)과 봉완(권해효)이 술잔을 기울인 중식당에서 대표 메뉴 간짜장과 탕수육을 먹은 후 길을 나서자. 도보로 10분 거리에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속 민정(이유영)이 근무하던 편집숍 ‘쉐장’이 있다. 쉐장으로 가는 길목에선 <그 후> 속 아름과 봉완이 근무하는 출판사 ‘도서출판강’이 스칠 것이다. 마침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해원(정은채)과 엄마(김자옥)가 카페 데이트를 하던 ‘키오스크’가 서촌에서 망원동으로 이전했다. 키오스크의 시그니처, 프렌치토스트를 커피에 곁들여도 좋겠다. 배는 부르고, 좀 더 걷고 싶은 당신. 우선 망원역으로 가시라. 여기서 두 가지 코스를 제안한다. 하나는 <여행자의 필요>의 이리스 코스다. 망원역에서 지하철 6호선을 타고 5개 정거장을 이동해 새절역으로 간다. 새절역 3번 출구에서 도보 3분. 영화의 라스트숏을 장식한 ‘신사근린공원’과 윤동주의 시 <새로운 길>이 걸린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이 맞붙어 있다. 또는 다시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망원역에서 마포09 버스를 타고 ‘경의선숲길’을 걷다가 맥주와 하이볼이 끌린다면 민정처럼 ‘빠레트’로, 막걸리와 파전이 당긴다면 영수(김주혁)처럼 ‘야식포차’로 가자.

서울 지하철 7호선 투어

어디서 밥을 먹을지 먼저 정하자. 1안은 지하철 7호선 학동역 10번 출구의 ‘홍신애솔트 2호점’이다. 건물 전체가 <탑>의 촬영지다. 2안은 7호선 건대입구역 2번 출구의 ‘시옌’이다. 고추간짜장과 차돌박이짬뽕이 유명한 이곳은 <옥희의 영화> 속 영화과 교수 회식 장소다. 어디서든 배를 든든히 채운 후엔 건국대학교 교정을 걸어보자. 홍상수 감독이 영화과 교수로 근무했던 곳이며 <옥희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우리 선희>의 배경이다. <우리 선희>이야기를 꺼낸 김에 문수(이선균)가 선희(정유미)에게 고백한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온실’을 들러도 좋겠다. 온실 속 자연엔 만족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옥희의 영화>의 아차산으로 가자. 7호선 군자역에서 택시로 2.8km면 영화 속 문제의 장소, ‘아차산휴게소’에 도착한다. “아차산이 왜 아차산인 줄 아나. 아름다운 차이가 있는 산이라서 아차산이다.”(홍상수)

한 도시 투어

<해변의 여인> 촬영 현장.

수원시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다. 흥건한 막걸리 파티가 벌어지던 ‘시인과 농부’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화성행궁’을 누빈 후 ‘대승원’ 앞에서 덕수(윤여정)처럼 불상을 향해 합장을 하자. 하남시는 <소설가의 영화>와 <그녀가 돌아온 날>이 기다린다. 단 영화에서처럼 ‘유니온타워’에서 행인과 말다툼을 하거나, 독일 음식점 ‘엘레판트’에서 속엣것을 지나치게 솔직히 고백하면 곤란하다. 삼척시로 가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속 김민희처럼 모래사장에 모로 누울 수 있는 ‘덕산해수욕장’과 <인트로덕션>의 신석호가 몸을 던진 ‘맹방해수욕장’이 있다. 두 영화에서 주인공이 꿈결처럼 누군가를 만나는 식당은 덕산해수욕장 근처의 ‘행복횟집’이다. 참고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김민희가 담배를 태우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곳은 삼척이 아닌 강릉시의 ‘봉봉방앗간’이다. 부안군의 모항 일대는 전부 <다른 나라에서>의 영역이고, 통영시의 강구안 일대는 모두 <하하하>의 주요 공간이다. 홍상수는 바다 건너 제주도 두 차례 다녀왔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는 <물안에서>를, 북한강 투어제주시 한림읍 ‘금능해수욕장’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속 경남(김태우)과 순(고현정)의 엔딩을 찍었다. 잊지 말자. 홍상수 세계의 고현정은 ‘해변의 여인’임을. <해변의 여인> 촬영지는 태안군의 ‘신두리해수욕장’이다.

북한강 투어

<강변호텔>

수도권 전철 경춘선을 타고 남양주시 마석역으로 간다. 58번 버스를 타고(평일 배차간격 20~40분) ‘금남멤버스텔.SK주유소’ 정류장에 하차하면 ‘하이마트호텔’에 내릴 수 있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가전제품쇼핑몰 아니다. <강변호텔>의 시인(기주봉)이 머문 호텔이다. 영화에서처럼 눈 내리는 날 이 호텔에 머물며 북한강을 바라본다면 절로 생과 사의 의미를 곱씹게 될 것이다. 58번 버스를 타고 ‘금남초교’ 정류장에 하차하면 ‘홍천막국수’에 갈 수 있다. 역시 <강변호텔>에 등장한 식당으로, 출연진의 사인이 걸려 있다. 혹은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을 타고 양수역으로 간다. 8-44번 버스를 타고 ‘양수리두물머리’ 정류장에 하차하면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카페리노’가 나온다. <당신얼굴 앞에서>의 상옥(이혜영)과 정옥(조윤희)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카페다. 수변공원 ‘수풀로 양수리’까지도 금방 걸어갈 수 있다. 상옥과 정옥처럼 꽃 앞에서 셀피를 찍고, 물줄기를 따라 거닐어보자. 마석역과 양수역은 차도 기준 19km 떨어져 있다. 북한강을 따라 드라이브하기 좋은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