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은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의 유일한 한국 작품이었다. 사람들이 이상할 정도로 죽어가는 흑백의 세계, 인애(정하담)의 연인 도환(김영훈)은 스스로 세상을 뜬다. 인애는 연인의 죽음에 반발하기 위해 도환의 몸을 이래저래 조각내 소유하려 한다. 인애의 현실과 환상 사이에 도환이 부활하고,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수시로 교차한다. 시작의 기백으로 <몸과 마음>은 자기만의 형식적 탐닉을 이어갔다
- 아이디어의 시작점은 무엇이었나.
고등학생이었던 11년 전 인디포럼에서 첫 단편영화 <이승민, 2015년 2월 28일>을 상영했었다. 그 영화도 한 남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야기였다. 당시에도 우리나라의 청년 자살률이 굉장히 높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태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고 쫓다가 어느 순간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단 사람들이 그렇게 죽지 않는 게 더 중요하겠단 마음이었다.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랑’이라는 주제가 떠올랐다.
- 사랑을 주제로 삼았는데 시신 절단이라는 소재가 겹치다니.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사는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가만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랑했기에 분노의 감정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가장 큰 분노의 표출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때 절단이라는 모티프가 떠올랐다. 함께했던 공간에서 상대의 존재를 완전히 없애려는 것이다. 인애가 “네가 완전히 사라진 세상에서 나의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 형식적 독특함에 관해서도 설명을 듣고 싶다. 흑백 화면의 활용이 눈에 띈다.
보통 영화에서 흑백이라 하면 과거의 시점을 보여주는 형태로 쓰인다. 그런데 <몸과 마음>은전체를 흑백으로 만들었다. 지금 마주하는 시퀀스가 현실인지 과거인지 꿈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고 싶었다. 식별 불가능의 감각, 붕괴의 감정이 인애의 마음과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형식적 컨셉이 뚜렷하고, 그 컨셉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 하고, 그 과정에 비약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로 접근해 수용한다면 재밌는 이야기로 여겨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인물의 활용도 최대한 절제했다. 영화엔 총 6명의 배우가 나오고, 그중 조연인 인부 역할을 빼면 실질적으로 5명의 등장인물이 전부다. 사람들이 어떻게든 모두 죽어가는, 죽은 시대를 보여주고 싶었다.
- 왜 죽은 시대인가.
12·3 비상계엄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겠다. 사회와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다는 감정을 느꼈다. ‘그냥 이러다가 모두 다 죽겠구나’ 싶었다. 도환의 초반 독백에서 “상식과 정의가 죽었다”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마지막쯤 나오는 내레이션을 통해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대사도 던진다. 이 영화의 전반적인 톤과는 다소 다를 수도 있는, 내 기저에 깔린 마음이다. 인애와 도환만큼 열렬히 사랑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다정하면 좋겠다. 지금 시대에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것인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