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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과거를 되짚고 다시 쓸 수 있는 자유, <아름다운 그해> 안젤리카 뤼피에 감독

안젤리카 뤼피에 감독이 데뷔작 <아름다운 그해>로 제15회 스웨덴영화제를 찾았다.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 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뒤 7개월 만이다. 감독 개인의 내밀한 기억을 따라가는 이 다큐멘터리는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시작한다. 아버지의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일기장에는 학창 시절 역사 교사였던 실비 브레송을 향한 사랑 고백이 가득하다. 안젤리카 뤼피에 감독은 브레송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무언가에 깊이 매료되는 순간”을 영화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물론 2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브레송의 행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SNS 계정조차 갖고 있지 않았기에 우여곡절 끝에 알아낸 주소로 편지를 보냈다.”

“한국행 비행기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여행을 떠날 때면 그곳에 관련된 예술 작품과 동행하는 일을 즐긴다.” 안젤리카 뤼피에 감독의 이런 취향은 <아름다운 그해>가 기억을 돌아보는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는 과거로의 여정 사이에 향수를 일으키는 고전영화의 이미지를 수놓는다. “16살에 텔레비전으로 본 하리 퀴멀의 <어둠의 딸들>”이 바로 그것이다. “두 여자가 키스하는 장면이 큰 놀라움과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16살의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당시 그 영화의 체험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는 고전영화뿐만 아니라 파운드 푸티지와 일기, 편지 등을 재료 삼아 유년 시절의 기억을 촉각적으로 재구성한다.

유년 시절의 일기는 과거의 브레송을 묘사하는 다양한 표현을 담고 있다. 일기에 따르면 그는 초록색 블라우스를 즐겨 입었고, TV는 없지만 컴퓨터로 오페라를 봤으며, 장미를 좋아했다. 이런 섬세한 묘사들은 안젤리카 뤼피에 감독이 그 시절에 갖고 있던 뜨거운 환상을 실감하게 만든다. 다만 <아름다운 그해>는 과거의 환상을 돌아보는 것만이 아니라 작금의 현실을 직면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일기에 적혀 있던 브레송의 성격과 취향은 어쩌면 내가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환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환상 속의 브레송과 시간이 지나 재회한 브레송을 서로 다른 존재로 인식하려 했다. 현실을 직면하면서도 환상을 간직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름다운 그해>에 등장하는 두 차례의 죽음은 “과거로 향하는 통로”이자 “인생의 새로운 챕터”였다. 이 죽음의 절차에서 그는 “생전의 과거를 되짚고 다시 쓸 수 있는 자유”를 발견했다. 그렇게 안젤리카 뤼피에 감독은 이야기의 진정성을 위해 연출자이자 주인공으로서 카메라 앞에 섰다. 본인이 직접 발화한 내레이션으로 영화를 끌어나가면서 자신의 내밀한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관객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는 시청각적으로 고요한 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의 이미지가 필요했던 이유다. 숨 막히는 집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면 분위기가 환기되고 눈과 귀가 열릴 수 있다.” 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보편성을 전달하고 싶다는 그의 사려 깊은 고민은 여전히 지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