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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속 가능한 창작을 위한신뢰와 소통 - 에밀 비클룬드 언리미티드 스토리즈 대표얀카 호단 쇠데르 아트&밥 대표

스웨덴영화제를 계기로 언리미티드 스토리즈의 에밀 비클룬드 대표와 아트&밥의 얀카 호단 쇠데르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두 제작자는 이번 방한 중 제작사와 방송사부터 VFX 스튜디오와 IP 기업까지 한국 영상산업의 여러 현장을 직접 만난다. 서로 다른 시장의 차이를 확인하는 동시에 함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찾기 위해서다. 두 제작자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과 창작자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방식 그리고 불확실한 시대에 제작자가 지켜야 할 믿음을 솔직하게 들려줬다.

얀카 호단 쇠데르, 에밀 비클룬드(왼쪽부터).

- 이번 한국 방문에서 무엇을 찾고 있나.

얀카 호단 쇠데르 스웨덴 영상산업 역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다른 나라와 문화를 만나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에밀 비클룬드 해외에서 바라보면 한국 대중문화가 전세계로 퍼지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눈사태 같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어떻게 이 정도의 국제적 성공을 이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그리고 스웨덴의 제작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무엇보다 관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 한국 관객에게 스웨덴영화라고 하면 여전히 잉마르 베리만이나 로위 안데르손 같은 강력한 작가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 스웨덴 사람들이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우리가 영화제를 통해 만나는 제한된 영역의 ‘스웨덴영화’와 상당히 다를 것 같다.

에밀 비클룬드 당연히 해외에서는 잉마르 베리만이나 로위 안데르손 같은 작가의 영화가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웨덴의 상업영화는 훨씬 지역적인 문화와 유명 배우 그리고 현지 관객이 알아볼 수 있는 구체적인 요소를 활용한다. 베리만이나 안데르손의 영화가 스웨덴적인 사고방식을 담고 있다면 상업영화는 스웨덴 사회의 현실과 취향에 더 밀접하게 접근한다.

- ‘스웨덴영화’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에밀 비클룬드 유명한 작가 감독들을 예로 들자면 로위 안데르손의 멜랑콜리와 루벤 외스틀룬드의 이른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어색한 감각’은 무척 스웨덴적이다. 함께 작업해온 타리크 살레 감독은 이집트의 역사와 사회를 다루지만 인물의 감정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는 스웨덴적인 면이 있다. 내 생각에 스웨덴영화의 정체성은 특정한 배경이나 서사보다 창작자의 태도와 사고방식에 가깝다.

얀카 호단 쇠데르 오늘날 국적은 점점 유동적인 개념이 되고 있다. 영화가 어느 나라의 것인지 규정하는 것보다 그 작품 자체가 어떤 정체성을 지니는지가 더 중요하다. 결국 국적을 넘어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사람에게 감정을 일으키는 좋은 이야기다.

- 그런 의미에서 예테보리국제영화제에는 ‘국제 프로듀서 대표단’(International Producer's Delegation)처럼 서로 다른 국가의 프로듀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두 사람에게 완성된 영화를 소개하는 장소인가. 새로운 공동제작을 시작하는 장소인가.

얀카 호단 쇠데르 둘 다 가능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협업을 시작하는 장소라는 의미가 더 크다. 공동제작은 거래보다 대화에서 먼저 시작돼야 한다.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이 있으면 좋은 시나리오를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다음 예테보리에서 만나 함께해보자”라고 말할 수 있다.

에밀 비클룬드 나 역시 앞으로 제작할 프로젝트를 이야기하기 위해 예테보리에 간다. 완성작을 소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다음 작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도 두 나라의 제작자들이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예상보다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번에 한국과 스웨덴 영화계가 협력을 강화한다고 들었는데 무척 반가운 일이다(이번 영화제를 통해 스웨덴 영화TV제작자협회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국제 공동제작 홍보 및 교류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편집자).

- 수많은 프로젝트 가운데 제작할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얀카 호단 쇠데르 가장 먼저 묻는 게 “왜 이 이야기이며 왜 지금인가”다. 장르가 진지한 드라마인지 코미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가 있는지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작품인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관객에게 매력적인지가 중요하다.

에밀 비클룬드 나는 세 가지를 묻는다. 우리가 좋아하는가. 누군가 보고 싶어 하는가.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는가. 세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으면 시작한다. 물론 좋아하는 작품을 거절할 때도 있다. 작품에 필요한 시간과 관심과 자원을 충분히 제공할 수 없다면 붙잡아두지 않는 편이 창작자를 위한 결정이다.

얀카 호단 쇠데르 동의한다. 거절도 신뢰의 일부다. 제작사가 책임질 수 없는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점유하는 것은 창작자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다. 제작을 약속했다면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창작에서 신뢰는 아름다운 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제작자는 동시에 계약과 예산과 일정을 관리함으로써 신뢰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다. 신뢰를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에밀 비클룬드 내게 시나리오는 청사진이고 예산은 프레임이다. 창작자는 청사진을 바탕으로 틀 안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틀 안의 결정은 창작자의 몫이다. 다만 틀 밖으로 나가야 할 때는 제작자가 결정을 한다. 감독은 자신이 정말 중요한 것을 요청하면 내가 틀을 넓혀줄 것이며 중요하지 않은 요청은 거절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얀카 호단 쇠데르 창작자는 때때로 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소통과 존중이다. 감독과 의상감독과 제작진 모두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 제작자는 창작자뿐 아니라 공동제작자와 투자자와 방송사 사이에서도 균형을 잡아야 한다. 제작은 일종의 외교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정렬하고 대화를 지속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두 제작사의 모토 중 하나가 ‘지속 가능한 창작을 하는 회사’다. 여기서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단지 회사가 계속 이익을 내는 것을 뜻하지 않을 것 같다.

얀카 호단 쇠데르 모든 것은 사람에게서 시작한다. 대표의 역할은 감독이든 재무책임자든 제작책임자든 각자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든 숨기지 않고 찾아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최선을 다해 함께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재정적 지속 가능성은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재능 있는 사람이 다음 작품에서도 다시 함께하고 싶다고 말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밀 비클룬드 안전하게 문제를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직과 사람이 성장한다. 대표는 문제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문제를 좋아하고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우리를 더 나은 제작자로 만든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야기를 만드는 데 능숙하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AI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만들 기회를 얻지 못했던 사람에게 새로운 도구가 되겠지만 만능은 아니다.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 존재하고 우리에게 그것을 구현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