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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매회가 새롭게 감각되도록 - ‘넥스트 마스터즈’ <기리고> 박윤서 감독

꼬박 17년이 걸렸다. 2009년 <불신지옥>으로 “연출부로 온전히 참여해 정식으로 크레딧”을 올리고 2026년 <기리고>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불신지옥>으로 상업영화계에 발을 들인 박윤서 감독은 <최종병기 활> 연출부와 <명량> <사냥> <특별시민>의 조감독을 지냈고 지금껏 영화감독 데뷔만을 꿈꿨다. 그는 뜻밖의 제안으로 넷플릭스 코리아와 연을 맺고 시리즈에 입문했다. <특별시민>으로 만난 박인제 감독이 넷플릭스 <킹덤> 시즌2 연출을 맡으면서 박윤서 감독에게 조감독 겸 일부 연출을 맡는 B감독을 제안한 게 계기였다. 이어 디즈니+ 시리즈 <무빙>도 박인제 감독과 공동 연출한 박윤서 감독은 넷플릭스 코리아로 돌아왔다. 그리고 홀로 섰다. 소원을 들어주는 앱 ‘기리고’가 목숨까지 앗아간다는 오싹한 상상.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호러 시리즈 <기리고>는 그의 첫 단독 연출작이다.

- <킹덤>시즌2의 현장은 그동안의 경험과 비교해 무엇이 달랐나.

외피적으로는 시리즈니까 부수가 나뉜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영화는 감독이 중심인 작업이라면 김은희 작가란 존재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사실 내부적인 데 있다. 영화의 경우, 아무래도 손익분기점을 위해 강요받는 지점들이 있다. 하지만 <킹덤> 시즌2를 작업하면서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시도할 수 있었다. 상업영화라 고민할 이미지도 과감히 표현했다. 시리즈에 관한 의구심은 <킹덤> 시즌2를 준비하면서 전부 사라졌다.

- <킹덤> 시즌2의 경험이 어떤 자양분으로 남았나.

창작자가 표현하고 싶은 걸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그전까지는 성공한 연출자를 따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입봉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고 방법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덤> 시즌2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 연출자로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결국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구현하는 것이다.

- 올해 4월에 첫 단독 연출작 <기리고>를 공개했다. 보통 연출자들은 표현하고 싶은 하나의 이미지를 위해 이 모든 이야기를 꾸민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어떤 하나의 이미지를 위해 달려갔느냐고 질문을 받았지만, 전체적으로 신선한 느낌을 주는 데 몰두했다. 전작 <무빙>의 학생 분량을 찍은 게 알려졌는지 <기리고>의 연출을 제안받았다. 개인적으로 전작에 국한되고 싶지 않아 마냥 좋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면 전작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고 새로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할 때 넷플릭스 코리아 작품 중 공포드라마가 한편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역으로 공포 시리즈 자체가 새로운 시도라고 보았다. 기왕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고등학생에 신인배우를 기용하고 싶었다. 이에 관해 말했더니 제작사인 CJ ENM 스튜디오스도 넷플릭스 코리아도 흔쾌히 신인, 기성 상관없으니 좋은 배우들로만 뽑아달라고 했다.

- 주인공 세아 역의 전소영 배우는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신인배우였다.

연기가 어색하면 신인배우는 관객에게 신선함이 아니라 어설프게 다가온다. 그것만큼은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모두가 공유했고, 제작비에서 가장 크게 투자한 부분이 촬영 회차였다. 이 말은 같은 연기를 계속하고 액션도 반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대역보다 배우 얼굴이 보이는 장면을 원해서 웬만한 장면은 배우들이 직접 연기했다. 전소영 배우가 끝까지 “감독님, 할 수 있어요”라면서 버텨줬다. 그 결과 최근 청룡시리즈어워즈 신인상을 받아 정말 기뻤다.

- 학생 캐릭터들은 신인배우들로 캐스팅하고 전소니, 노재원 등 젊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 함께 붙였다.

연기적으로 도움을 받는 동시에 신인배우들의 신선함을 해치지 않고 그들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업순 역의 이상희 배우가 분장으로 나이 든 무당으로 나오면 몰라보는 사람이 있을 테고, 햇살을 연기한 전소니 배우는 <기생수: 더 그레이>로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무당으로 등장한 적은 없다. 방울 역의 노재원 배우는 누군가가 착한 역할을 맡기기 전에 내가 먼저 제안하고 싶었다.

- 에피소드마다 색이 다 다르다. 어떤 회는 학원물 같고, 어떤 회는 샤머니즘이 강하다. 고어가 센 회도 있다.

작품을 끊어보지 않고 한번에 보게 하려면 새로운 요소들이 계속 등장해야 한다. 이게 뭐지 뭐지 하다가 끝까지 보게끔. 처음 대본은 러닝타임 45분 분량이었지만 타깃층을 낮게 잡고 한번에 작품을 보게 하고 싶어서 넷플릭스 코리아에 30분 초반으로 줄여도 되느냐고 물었다. 방송드라마였다면 분량을 무조건 지켜야 했을 텐데 “재밌게만 해주세요”란 말을 들었다. 자유를 얻게 되자 작가님과 중간에 끊을 타이밍을 조절하며 많은 걸 바꿨다. 특히 앱의 전사에 해당하는 6회의 경우, 본래 학폭으로 죽은 아이가 복수한다는 설정을 소개하는 10분짜리 간단한 얘기였다.

- 바로 그 6회가 IMDb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 이유가 뭔지는 알겠다. 6회는 앱을 처음 만든 시원(최주은)과 친구인 혜령(김시아)의 관계성을 주요한 이야기로 풀어가려 했다. 그래서 작가님에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을 레퍼런스로 들었다. 그 작품에서 아이들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잖나. 혜령, 시원 두 캐릭터가 결과적으로 튕겨져 나가는 데 학폭이 없을 수 없지만, 자신에게 유일했던 친구가 사라진 감정을 더 크게 담으려 했다.

- <기리고>는 글로벌 톱10 비영어쇼 1위, 64개국 톱10을 석권했다.

인도와 독일, 프랑스처럼 전혀 생각지 못한 나라의 시청자들이 <기리고>를 많이 봤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작품을 공개하기 때문에 해외 시청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해외 시청자가 다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한국적인 요소를 더 가져가려 했다. 그게 오히려 글로벌하리라 봤다. 작품 공개 후에 그 생각이 통했음을 알았다. 햇살의 신당과 이상희 배우가 연기하는 한국적인 무속이 생소할 텐데도 해외 관객들이 그 지점을 재밌게 보고 더 알고 싶어 하는 리액션을 보냈다. 기뻤다.

- 마지막으로 어떤 연출자가 되고 싶은가.

갓 단독 연출작을 내놓은 신인감독이기에 관객이 <기리고>를 신선하게 느꼈을 수 있다. 그 신선함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 작품, 다다음 작품에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