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폭력과 이기심이 스며든 학교에 강력한 외부인이 나타나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상상력을 펼쳐낸다. 교권보호국 현장감독관 나화진과 그가 만난 학생, 선생, 학부모의 이야기는 지난 6월5일 공개된 직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미국, 영국, 인도, 프랑스, 멕시코 등 총 91개 국가에서 큰 관심을 끌어당기며 해당 국가의 톱10 리스트에 등극했다. 공개 8주에 다다르자 <참교육>은 더 멀리 나아갔다. 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러닝타임으로 나눈 값인 시청수 6020만을 기록하였다. 긴 숫자들의 행렬에 고개를 갸웃할 독자를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오징어 게임> 시즌1, 2, 3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많이 시청된 한국 시리즈가 바로 <참교육>이다. 한국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다룬 시리즈가 어떻게 전 세계 시청자들과 소통한 것일까. 정작 이 작품을 만든 홍종찬 감독과 김무열 배우는 “작고 작은 것들을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데 신경 썼지 글로벌스탠더드에 관해선 정말 꿈도 못 꿨다”라고 말한다. 신작 <퍼스트 닥터> 촬영장에서 또 다른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인생작인 <참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청했다.
홍종찬 안녕하십니까. <참교육> 연출 홍종찬입니다. 오늘 넷플릭스 코리아 10주년을 맞이해서 무열씨와 함께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지금 이곳은 촬영 현장입니다. 이 인터뷰가 끝나면 무열씨와 바로 촬영하러 가야 합니다.
김무열 안녕하세요. <퍼스트 닥터> 배수월, 아니 <참교육> 나화진 역의 김무열입니다. (웃음) 촬영 현장에서 넷플릭스 코리아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참교육>의 영광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자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 같은데요. 오늘 즐거운 이야기 함께 나누시죠.
- <참교육> 촬영 당시 지금과 같은 글로벌 흥행을 예상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해외 반응이나 국내 반응이 있다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김무열 전혀 예상을 못했죠! (웃음)
홍종찬 전혀 예상을 못했죠. 누가 그걸 예상하고 만들겠습니까. (웃음) 10개의 에피소드를 만들면서 매화 내가 공감하는 얘기를 만드는 게 1차 목표였어요. 해외 반응이 있다는 게 사실은 아직도 믿겨지지 않고 의외라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무열씨도 예상 못했잖아요?
김무열 못했죠, 전혀. 저희가 주로 한국 교육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오히려 해외에서는 호소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다른 나라의 교육 환경을 알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번에 대만에서 팬 미팅을 가졌었는데 나이가 좀 있으신 팬들이 많이 보이고 남성 팬들도 꽤 계셨어요. 팬 미팅 마지막에 한분씩 인사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선생님들이 오셨더라고요. <참교육>을 보시고 큰 위로를 받았고, 고마웠다고 말씀하셨어요. 저희가 그런 얘기했잖아요, 감독님. 누군가한테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 마음이 국경을 넘어서 통한 것 같아 감동적이었습니다.
홍종찬 <참교육>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정확하게 구분되는 이야기인데요. 실제로 드라마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당한 분들이 작품을 봤을 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게 만들어보자고 저희끼리 얘기를 많이 나눴었거든요. <참교육>과 관련한 기억에 남는 반응은 딱 두 가지 유형인데요. ‘한국에서는 그런 일까지 있냐’와 ‘우리나라도 그래’란 두 반응이 공존했어요. 실제 선생님들이 공감해서 쓴 글들을 보고 이 작품을 만든 의미가 굉장히 크게 다가왔어요. 흥행보다 마음을 위로했다는 게 연출자로서 참 감사하고 뜻깊었어요. 무열씨는 인스타 팔로어가 엄청 늘었잖아요. (웃음)
김무열 네, 그렇죠. (웃음)
홍종찬 무열씨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인스타 팔로어가 늘고 디엠도 많이 받는 걸로 알아요. 저는 최근에 말하면 알 만한 미국 배우에게 메일을 받았는데, 작품을 정말 잘 봤고 혹시 미국 배우가 필요하면 자기가 꼭 출연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김무열 누군지 얘기해주시면 안돼요? (웃음)
홍종찬 <기묘한 이야기>에 나온 배우입니다. (웃음) 장문의 메일을 보내주셔서 너무너무 감동이었어요. 무열씨는 최근에 팬 미팅도 했잖아요.
김무열 해외에서 처음으로 팬 미팅을 했습니다.
홍종찬 국내에서도 했잖아요. (웃음)
김무열 네, 국내에서도 했고요.
- 사실 놀라운 기록입니다. 넷플릭스 코리아 시리즈 중 <오징어 게임> 시리즈 다음 흥행작입니다. 감독과 배우로서 그 기록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홍종찬 글쎄요, 실감할 수 없다? 신문 기사가 나고 넷플릭스 코리아측이 스코어를 알려줘 들었을 때 감사하고 고맙고 즐거운 일인데도 아직 체감되지는 않아요. 저는 아직도 그래요. 어때요, 무열씨는?
김무열 처음 뜨거운 관심을 받을 때부터 책임감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어요.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면서도, 감독님과 많이 나누었던 피해자와 가해자, 위로, 그리고 누군가 해야 하는 이야기 등 작품의 진지한 이면이 있다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그리고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이 작품을 연기할 때 그런 책임감을 느낄 만큼 최선을 다했나. 만약에 또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더 뜨겁게, 정말 다른 거 안 보고 달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홍종찬 <참교육>이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무열씨한테 전화했어요. “무열씨, 이 작품이 전세계 1등을 했다는데 믿기지 않는다. 근데 고생 많이 했다”라고 말했어요. 의미 있는 얘기지만 잘해내야 한다는 연출로서의 무게감과 부담감도 있었고, 무열씨는 무열씨대로 부담감이 커서 서로 의지를 많이 했거든요. 이 작품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건 사실 무열씨가 힘이 많이 돼줬기 때문이고, 항상 제 옆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일 처음 전화를 했죠. 차에서 전화했는데, 그러려고 전화한 건 아닌데 참 고맙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느껴져서 저도 울컥했고 무열씨도 울컥했죠. 그 정도로 기뻤고 감격스러웠지만 서로 다음 작품을 막 준비하는 단계여서 많이 즐기지는 못했어요. 그 순간에서 빠져나와 또 다른 작품을 준비했어요.
“하던 대로 하자”, “예, 알겠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임한림(진기주)은 과거 자신을 구해준 나화진(김무열)을 따라 육군특수전사령부 특수임무대대에 입대했고 교권보호국 감독관이 되었다. 깊이 신뢰하는 나화진이 4화에서 학창 시절 스타 인터넷 강사였던 천상열 교무부장(최덕문)의 비리를 알아차리지 못하자 임한림은 크게 실망한다. 하지만 나화진은 천상열을 안심시키고 진실을 파헤칠 목적이었다. 이를 뒤늦게 안 임한림은 “천상열 선생님 의심하셨으면서 왜 안 그런 척하셨습니까?”라고 묻고 나화진은 “안 그러기를 바랐던 거지”라고 한다. “하던 대로 하자”라는 나화진의 말에 임한림도 간결히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한다. “하던 대로 하자.” “예, 알겠습니다!” 두 캐릭터가 주고받는 짧은 대화 속엔 오랜 시간 다져온 신뢰가 숨어 있다.
- 한국적인 이야기를 예리하게 보여줘야겠다고 판단했나요, 아니면 글로벌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되는 만큼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 보았나요.
홍종찬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추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어요. 저는 작품을 기획하고 만들 때 적어도 이야기에 100% 공감하고 흥미를 느껴야 작품으로 만들 수 있어요. 제일 먼저 내가 설득돼야 배우들도 캐릭터와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일 먼저 설득이 되어야 하는 사람은 어떤 다른 외부가 아니라 자신이거든요. 그에 집중해 에피소드를 한편 한편 만들어갔고, 배우들도 내실 있게 그 안에서 뭔가 만들려 했어요. 무열씨는 어떤 큰 그림이 있었나요?
김무열 전혀 없었죠. (웃음) 제 경우 감독님과 의견을 나누고 현장에 가서 상대 배우와의 연기에만 신경 썼어요. 그런 작고 작은 것들을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데 신경 썼지 글로벌스탠더드에 관해선 꿈도 못 꿨어요. 심지어 그에 대해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글로벌한 반응에 대해선 생각지 않았어요.
홍종찬 저희 드라마에 나화진과 임한림(진기주) 두 캐릭터가 주고받는 대사 중에 “하던 대로 하자”라는 말이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했습니다.
김무열 “하던 대로 하자.” “예, 알겠습니다!”
- 홍종찬 감독은 함께 작업하기 전 김무열 배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또 김무열 배우는 홍종찬 감독님의 수많은 작품을 어떻게 봐왔는지 궁금합니다.
홍종찬 무열씨랑 2021년 <소년심판>으로 처음 만나게 됐는데, 무열씨가 뮤지컬계에서 굉장히 잘나가던 1세대 뮤지컬 아이돌이었어요. 팬덤이 있는. 당시 저는 그런 무열씨를 멀리서 보았어요. 그 후로 무열씨가 영화를 하면서 2010년 전후부터 충무로의 여러 관계자들에게서 김무열이란 배우가 너무 좋다는 얘기를 쭉 들었고. 무열씨도 드라마를 몇편 했고, 언제 좋은 캐릭터가 있으면 저 배우와 한번 해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타이밍이 서로 맞은 게 <소년심판>이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무열씨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해주었는데 차태주란 판사의 결과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함께 작업하게 됐는데 너무너무 캐릭터를 잘 표현해줬고, 장면장면마다 같이 연기한 김혜수 선배님이 김무열 배우의 연기를 보고 칭찬했어요. 현장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좋았어요.
김무열 따로 인터뷰를 할걸 그랬나봐요. (웃음) 개인적으로 연을 맺기 전에는 작품을 보면서 그 사람을 상상하잖아요. <명불허전>(천민 출신 어의이자 조선시대 최고의 침술사인 허임(김남길)이 2017년 서울에 떨어지면서 겪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드라마.-편집자)을 볼 땐 참 유쾌한 분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다음 (60~70대 노년들의 인생 유전과 삶의 애환을 감동적으로 그린 드라마.편집자)로 쉽지 않은 작업을 해내시는 걸 보고 따뜻하면서도 강한 분이겠다 했죠. 감독님과 <소년심판>을 같이하면서는 지레짐작한 유쾌함과 따뜻함 중에 따뜻함을 많이 느꼈어요. <소년심판>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짚어가는 정서가 되게 사려 깊고 진지하다고요. 그리고 누구보다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얘기를 다룰 줄 아는 따뜻함이 있구나 하고요. 그 모든 게 실제로 감독님이 갖고 있는 따뜻한 성정에서 나온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참교육>에 출연하면서는 이전에 짐작했던 유쾌함이 같이 발현됐어요. 어떨 때는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풀고, 어떨 때는 따뜻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됐어요. 감독님의 기질들이 작품에 다 발휘됐어요.
- <참교육>에 출연한 박지연, 장요훈, 박서윤, 유태주 배우 등은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아직 대중의 눈에 익지 않거나 막 떠오르는 단계라 관객에게 익숙한 이들은 아니었는데요 연출자로서 그 배우들에게 어떤 가능성과 재능을 발견했나요.
홍종찬 <참교육>은 10개의 에피소드로이뤄져 있기 때문에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배우 100명이 필요하겠다고 직감했습니다. 저는 오디션을 깊게 많이 보는데, 사실은 이러한 배우들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2차, 3차 오디션을 6개월 이상 시간을 들여서 열었어요. 유명한가, 신인인가를 떠나서 캐릭터와 가장 적합한지를 편견 없이 연기를 보고 매칭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특히 여러 캐릭터가 잘 어우러져야 해서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혼자는 돋보일 수 있는데 같이 어울렸을 때 그 캐릭터가 맞느냐가 문제거든요. 언급한 배우들은 연기를 보고 노력해서 찾아낸 배우들이었어요. 신인배우들과 작업하면서 그들의 연기나 눈빛에서 생각지 못한 걸 봤을 때 제가 배우는 게 더 많았어요. 물론 박지연 배우는 이전부터 같이 작업해온 배우였기 때문에 성향이나 됨됨이를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전에 해왔던 선한 캐릭터가 아니라 굉장히 상반된 우진 엄마 캐릭터를 던져줬어요. 고심하다가 훨씬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주었는데, 박지연 배우가 준비를 열심히 해서 잘 표현해줬어요.
김무열 캐스팅 잘하기로 유명하시죠. 특히 신인배우들을요. <소년심판> 때 여러 배우가 각광받았지만 1화의 주인공이었던 이연 배우가 갑자기 머리를 짧게 하고 나타나서 김혜수 선배님도 ‘와’ 하고 감탄했는데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죠. 이번 <참교육>8화 대치동 편의 그 친구!
홍종찬 김태영 배우라고 신인배우인데, <참교육>에서 처음 연기했어요(대중에게 공개된 김태영 배우의 데뷔작은 MBC 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이지만, <참교육>이 그보다 앞서 촬영되었다.-편집자).
김무열 지금 시작하는 단계의 배우들은 홍종찬 감독님이랑 꼭 작업을 하고 싶어서 지금 눈에 불을 켜고 있지 않을까요?
홍종찬 결과론적으로는 연기를 잘 평가받았으니까 그렇지만, 저도 저지만 사실 무열씨가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 그들과 같이 호흡해주고 눈높이를 맞춰주고 연기를 받아주었어요. 개인적으로 얘기도 많이 나누면서 현장에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선배로서 많이 가이드했어요. 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배우들이 평가를 받고, 좋은 작품도 함께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화자찬의 시간이네! (웃음)
김무열 이제 아셨어요? (웃음)
- 김무열 배우는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혼자서 밀고 나가는 작품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그리고 해내고 나서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김무열 그동안 그런 경험이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리의 크기보다 다른 걸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는 자리를 조금씩 덜 하게 됐던 건 맞아요.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 건 제가 그 어떤 작품들보다 <참교육>을 애정하면서 촬영했어요. 여러 무게감과 부담을 안고 작업했지만 동료들 덕분에 많은 힘을 받아 외롭지 않게 작업했어요. 제가 밤늦게 감독님한테 문자를 보내서 ‘이런 아이디어 어떠세요?’라고 물어보고서 받은 답, 성민 선배님한테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 기주, 지훈이랑 소소하게 만든 시바이(웃음을 위해 만드는 상황과 연기.편집자). 모든 게 쌓이고 쌓이면서 우리 모두 진심을 다해서 이 작품을 하고 있고, 이 작품을 참 애정하고 사랑하고 있구다라는 걸 느끼며 작업했어요.
- 두분은 넷플릭스와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했지만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어떤 의미인가요.
홍종찬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굉장히 힘든 순간은 체력적, 정신적 어려움보다 내가 만들고 있는 작품이 어느새 상품처럼 느껴질 때예요. 그것도 굉장히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으로요. 어느 순간 내 인생에서 1~2년을 공들여서 만든 작품이 금방 소비되고 잊힌다는 생각이 들어 ‘아, 이 일을 하는 게 맞나? 더 늦기 전에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나?’라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Mr. 플랑크톤> <참교육>을 연출했고 지금 <퍼스트 닥터>도 연출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와 작업할 때는 내가 만든 게 작품처럼 느껴져요. 왜냐하면 모두 아카이빙되니까 언제든 작품이 생각날 때 나 스스로 찾아볼 수 있고, 다른 시청자들도 그러하니까요. 다른 어떤 것보다 작품으로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느낌이 들다 보니 연출자로서 참 좋아요. 그리고 연출자를 존중해주고 어떻게든 연출자의 생각을 실행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서 작품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해요.
김무열 예전에는 TV로 국한되는 게 있었고, 그외에는 영화로 보여줄 수가 있었는데, 그 두 가지의 장점을 살려서 넷플릭스에서 보여줄 수 있어요. 그만큼 배우에게 더 자유롭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대가 생겨서 기쁜 일이죠. 거기다 넷플릭스에 작품을 내놓음과 동시에 우리나라 관객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청자들과 작품을 공유할 수 있어요. 저는 평소 ‘내가 배우 일을 하면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걸 배워가는구나’라고 생각해요. 삶을 배워가고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그게 세계로까지 확대가 되니 제 개인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생각의 장이나 고민의 장이 더 넓어져요.
홍종찬 그리고 넷플릭스 내 작품의 다양성이 만드는 사람으로서나 시청자로서나 정말 좋아요. 저는 북유럽 시리즈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제가 북유럽 시리즈를 어디서 볼 수 있겠어요? 넷플릭스가 있기 때문에 시청자로서 감상할 수 있고, 또 북유럽 시청자들도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공유할 수 있겠죠. 우리가 2026년을 살고 있고 넷플릭스 코리아가 10주년이 됐는데 10년 전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일이었어요. 빠른 변화이지만 넷플릭스가 몰고온 이 변화가 크리에이터인 저와 배우들에겐 긍정적이에요.
김무열 예전엔 한국영화가 해외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아서 해외 관객이 볼 기회가 생기거나, 몇몇 드라마가 특정 나라에서 판매돼 흥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픈과 동시에 우리 콘텐츠를 바로 세계에 보여줄 수 있어 위상과 인식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지금 촬영 중인 <퍼스트 닥터>도 소개해주세요.
홍종찬 <퍼스트 닥터>는 지방 대학병원 소아외과의 현실, 또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의사, 간호사, 환아와 환자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작품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그려내고, 그리고 조만간 닥칠 의료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김무열 배우를 가리키며) 거기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배수월 역으로 등장해요.
김무열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이 작품은 홍종찬밖에 할 수가 없다”라고. 그 말에 100% 동의합니다. 일단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연령대가 아주 낮은 아역배우들이에요. 또 그동안 많은 메디컬 드라마가 있었지만 소아외과를 다루는 이야기는 처음이기 때문에 수술 장면에 관한 데이터가 없어요. 처음부터 시도하고 시작하는 일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난도가 높아요. 개인적으로는 한아이의 아버지로서 아픈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렇지만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직접 이미지로 만들어내야 해요. 홍종찬밖에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홍종찬 왜 그래! (웃음)
김무열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지치지 않고 끝까지 진정성 있게 다룰 수 있는 감독님의 힘이 있다고 믿기에 참여하게 됐어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소아외과라는 소재뿐 아니라 주인공 허지완(정려원)의 이야기 자체도 재밌어서 기대됩니다.
홍종찬 무열씨가 지금 넷플릭스 <할매>라는 작품을 촬영하고 있는데 그 작품을 하면서 저희 작품까지 동시에 촬영하고 있어 굉장히 감사드려요.
김무열 아닙니다. 불러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홍종찬 무열씨는 한 아이의 아빠고, 저도 두아이의 아빠예요. 나이가 조금씩 들다 보면 작품을 기획하고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씩 변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무열씨는 참 좋은 마음으로 참여해주겠다 생각했어요. 흔쾌히 또함께해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 마지막으로 넷플릭스 코리아 10주년을 맞이해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홍종찬 인터뷰가 끝나면 <퍼스트 닥터> 촬영하러 가야 되거든요. 오랜만에 <참교육> 얘기를 하니까 감회가 새롭고 무열씨랑 이렇게 얘기해본 건 처음인데 너무 좋았습니다. 넷플릭스 코리아가 10주년 됐나요? 앞으로 20주년, 30주년 인터뷰까지 꾸준히 할수 있게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다양한 작품을 보는 시청자로서도 정말 기대됩니다.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십시오. 시청자로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김무열 넷플릭스 코리아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벌써 10년이나 됐다니 놀라운데요. 넷플릭스 코리아가 처음 론칭할 때가입하여 10년째 프리미엄 회원인데요. (웃음) 매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줘서 저녁이 항상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저도 배우로서 넷플릭스와 뜻깊은 작업을 이어나가면 좋겠고, 넷플릭스와 작업하면서 좋고 감사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저도 넷플릭스 20주년, 30주년 이렇게 함께 축하하며 한 40주년까지 같이 축하를 받았으면….
홍종찬 40주년까지는 같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다 같이 노력하시죠!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