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추석 극장가 흥행을 책임졌던 <보스>는 해안가 도시에 자리 잡은 깡패 조직 내 중간 보스 세명이 서로 우두머리가 되기를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영화다. 기존 한국영화의 장르영화 계보 안에서 비교적 익숙한 문법과 컨셉을 차용하는 한편, 누아르영화 속 공간의 전형성을 배반하는 방식이 이색적으로 충돌하는 하이 컨셉 지향의 코미디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기획 단계에서 누구나 알 법한 지명을 강조하거나 지역색을 강하게 드러내지 말자는 전략을 구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작진이 실제 촬영 장소로 선택 했던 곳들은 전형적인 조폭 코미디 영화에 등장하는 항구나 부둣가 같은 장소였다. 전형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클리셰의 한복판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촬영 전략이랄까. 따라서 부둣가 마을, 쇠락한 어촌 풍경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부산의 송도, 영도에 위치한 부두나 방파제, 조선소 공간이 반드시 필요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산지 위판장으로 알려진 부산시 서구에 위치한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영화의 많은 부분을 촬영했다. 극 초반부에 등장하는 식구파 중간 보스 순태(조우진)와 목검을 휘두르는 강표(정경호), 가스통이 주 무기인 판호(박지환) 세 사람의 싸움 신은 모두 이곳 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극 중 패싸움을 벌이는 외부 공간도 부산공동어시장 인근이다. 제작진은 과거의 시간대를 표현하기 위해 미술 세팅을 했지만 이미 낡은 과거를 표현하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건물을 둘러싸고 디귿자 형태의 거리 공간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인물 동선에 따라 카메라 위치를 세팅하기가 수월했다. 영화에서 보스 대수(이성민)가 승합차에서 내려 싸움이 벌어지는 메인 거리 외곽으로 다가오는 장면이 이곳의 특징을 그대로 담아낸 장면이다.
부산공동어시장 촬영 분량 중에는 형사과 추 과장(고창석)과 경찰이 냉동창고를 덮치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다. 실제 냉동 창고가 있는 건물이 오래돼 현지의 공간성이 그중 과거 시점을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5~6회차 정도를 촬영했는데 스케줄상으로 공간 활용을 잘한 편이다.”(이찬규 프로듀서)
추 과장과 언더커버 조직원 태규(이규형)가 접선하는 공간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영화의 엔딩 장면 역시 같은 공간이다. 이찬규 프로듀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뒤로는 1층 건물이 있고 지붕이 뚫려 있으면서 빛이 들어오는 걸 방해하지 않는 장소, 그리고 앞에 바다가 보이고 트인 공간”을 원했다.
“<신세계>의 익숙한 낚시터 공간을 떠올릴 수도 있다. 부산 헌팅을 하다가 마침 이곳의 전경을 보니 태규가 짜장면을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헌팅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찾은 공간이다.” (라희찬 감독)
순태와 강표가 서로 보스가 되지 않겠다며 끝장 승부를 벌이는 공간은 부산 감천항 주변의 방파제에서 촬영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진행상 반전을 주는 장면이다. 로케이션 섭외 단계에서 공간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장면이었다. 노출이 많지 않은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끝장전을 한다는 설정이었고, 더군다나 밤 장면을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2회차 촬영을 진행했다.
제작진은 영화에 필요한 장면을 헌팅하면서 부산의 웬만한 항구는 거의 다 살펴봤다. 부산공동어시장 맞은편에 자리한 영도쪽이나 주변 조선소도 섭외를 시도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부산공동어시장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이곳에서의 해 뜨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이찬규 프로듀서)
<보스> 제작진은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세트 촬영을 하면서 촬영 장비도 지원받았다. 카메라 2대와 각종 렌즈를 대여했는데 이 또한 제작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찬규 프로듀서에 따르면, 지방 촬영이 많을 경우에 장비 수급 문제가 발생하면 서울을 다시 찾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촬영지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장비 지원을 받은 것이 촬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이용할 수도 있다는 이점도 있다.
부산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사업 선정 조건은 부산 촬영 회차가 일정 회차 이상이어야 한다. 여러 혜택 중에서 제작진이 부산에 체류하면서 지출했던 전체 숙박비의 상당 부분도 지원받았다. <보스>는 전체 53회차 촬영 중에서 33회차 촬영을 부산 현지에서 진행했다. 그중 15회차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순태가 운영하는 미미루는 식구파의 새 시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제작진은 과거 미미루 장면 일부를 제외한 모든 분량의 촬영을 위해 부산영화촬 영스튜디오 내에 미미루 홀과 주방, 접객실과 지하 식자재 공간 세트를 나누어 지었다. “다른 도시 영상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스튜디오가 있지만, 이곳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가 규모 면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이찬규 프로듀서)
미미루 홀은 평범한 손님들을 만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순태가 대수와 식사를 하거나 배신자 인술(오달수)과 대화를 나눌 때 쓰기도 하는, 일종의 혼용된 공간이다. 라희찬 감독에 따르면 인술은 악역 같은 역할이지만 실은 조직을 위해 일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대수와 같은 위치에 놓고 찍은 장면이 라고.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비용적으로도 이점이 많기 때문에 촬영 스케줄을 잡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미리 부산 촬영을 계획하고 스케줄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게다가 위치상 야외 로케이션 촬영을 위한 제작진 이동 동선도 좋았다.”(이찬규 프로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