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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기획 2]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3, ‘부산, 영화’ <굿뉴스> 이 모든 것을 진짜처럼 믿게 만들기

북한으로 망명을 꾀하는 일본의 극좌 적군파 조직원들이 도쿄발 항공기를 하이재킹한다. 비행기 탑승객을 볼모로 삼은 이 납치범들의 목적은 북한으로의 망명.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이 하이재킹에 끼어든 한국에 의해 비행기는 김포공항에 착륙하고, 납치범들을 속이기 위해 김포를 평양처럼 위장하는 연극이 펼쳐진다. 1970년 일어났던 요도호 공중 납치 사건을 소재로한 <굿뉴스>는 역사적 사실 위에 기획자 아무개(설경구), 엘리트 공군 관제사 서고명(홍경)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끼워넣는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혹은 알려진 것들 중 대다수는 ‘만들어진 진실’에 불과할 뿐임을 리드미컬한 속도로 풍자하는 블랙코미디 <굿뉴스>는 주인공 아무개가 자주 언급하는 대사 “진실은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트루먼 셰이디)조차도 알고 보면 거짓 말장난에 불과하다. 설령 역사 속에서 납치범들을 속이기 위해 평양으로 가장한 김포공항이 가짜였다고 해도, 촬영을 위해서는 70년대의 상황과 배경을 진짜처럼 만들어 관객을 속여야 하는 것이 영화의 숙명. 관객을 70년대로 데려가기 위해서는 로케이션과 미술의 마법을 부려야만 했다. 아무개와 같은 기획력 으로 그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기에 부산만큼 적합한 촬영 장소는 없었다.

납치범들이 물리적으로 비행기를 훔쳤다면, 통신을 공중에서 가로채는 ‘더블 하이재킹’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남한과 북한의 관제사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 실제로 이들은 마주보고 있지 않지만 변성현 감독은 ‘더블 하이재킹’을 박진감 넘치게 보여주기 위해 서부극의 결투 장면을 과감히 재현한다. 북한 관제사(박해수)와 서고명이 웨스턴 복장을 하고 바지춤에서 권총을 꺼내 상대를 겨누는 이 장면은 부산의 가락중학교 폐교에 지은 세트에서 촬영했다. <굿뉴스>의 로케이션을 담당한 김남진 제작부원은 “폐교 운동장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세트를 조성했다. 미술팀이 흙의 질감과 구조물, 소품 등을 더해 서부극의 황량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설명 한다. 영화 속에서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장면이니만큼 “실제 장소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장르적인 재미를 살릴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김남진 제작부원)했다고.

변성현 감독은 무엇보다 관객이 공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현실감을 살리기를 바랐다. 로케이션 담당인 김남진 제작부원에 의하면 “감독님은 자연스러운 현실감을 원하셨다. 실제 장소가 가진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미술팀과 함께 시대적인 디테일을 완성해야 했다. 또한 각각의 공간은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에 맞게 다른 성격을 가져야 했다. 활주로는 사건이 시작되는 공간인 만큼 개방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보여줘야 했고, 관제탑과 중앙사무실은 국가기관 특유의 분위기와 시대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벙커는 폐쇄적인 공간감이 중요했기 때문에 공간이 주는 압박감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역시 로케이션과 세트 작업을 적절히 결합해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작업했다”고 한다. 로케이션을 위해 전국 각지를 다니는 김남진 제작부원에게도 부산은 늘 새로운 발견이 있는 도시다. “부산은 다양한 로케이션을 활용할 수있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촬영을 준비할 때 여러 기관과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셔서 원활히 진행했던 것이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옛것과 현대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면서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으니 로케이션 담당자에게 부산은 항상 다시 찾고 싶은 도시”라고 그는 강조했다.

영화 초반 적군파의 수장 야마모토 타다시(나가야마 에이타)가 고문당하는 장면은 영화의 시대상을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은 부산 (구)충무시설 방공터널에서 촬영했다. 터널이 갖고 있는 긴 복도와 콘크리트 질감이 영화의 분위기와 잘 맞았다고. “원래 이 공간이 가진 느낌이 주는 힘이 있었다. 거기에 조명과 소품, 벽면 디테일을 더해 군사시설처럼 보이도록 완성했다. 공간 자체가 주는 답답함과 긴장감이 장면의 분위기를 잘 살려준 것 같다.”(김남진 제작부원)

일본 시민들을 위해 왜 우리가 희생을 해야 하느냐,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김포공항 앞에서 ‘북괴만 행규탄 시민궐기대회’를 여는 장면. ‘국민들이 믿고 싶은 진실을 위장’하는 아무개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장면이 다. 이 장면은 부산박물관에서 촬영했다. 공간의 규모와 건축물이 가진 레트로한 분위기가 영화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김남진 제작부원은 “미술팀이 당시 시대에 맞는 현수막과 간판, 집회 소품 등을 설치해 1970년대 김포 공항 앞 분위기를 구현했다. 현대적인 요소들은 최대한 가리거나 보완했다”며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부산은 영화 촬영지로서 장점이 많은 도시다. “도심과 항만, 산업시설과 오래된 건축물 등 다양한 공간이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작품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구현할 수 있는 장소가 많고 촬영 지원 시스템도잘 갖춰져 있어 제작 현장에서 항상 만족도가 높은 도시”라고 부산이 영화 촬영지로서 갖는 강점을 설명했다.

1970년대가 배경인 영화를 준비하면서 로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역시나 현대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었다. <굿뉴스>는 공간 자체가 영화의 중요한 설정을 완성한다. 단순히 보기 좋은 공간을 찾는 것보 다도 관객이 실존하는 공간으로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굿뉴스>의 주인공들이 납치범을 완벽하게 속여야만 했던 것처럼 로케이션 담당자 역시 관객이 ‘여기가 70년대 김포’라고 믿어야만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간이 곧 영화의 중요한 장치가 되어야만 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