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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기획 2]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3, ‘부산, 영화’ 장르의 익숙함, 코미디의 긴장감을 동시에 <보스> 라희찬 감독 인터뷰

누아르영화 속 깡패 조직의 일원이라면 당연히 보스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라희찬 감독의 <보스>는 반대로 보스의 자리를 거부 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명확한 지역색이 느껴지는 사투리도 쓰지 않는 인물들이 모인 공간 또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진다. 영화의 기획 방향에 맞춰 로케이션지로 왜 부산이 선정되었을까. 부산 촬영은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베트남에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 라희찬 감독에게 물었다.

- 영화에 지명이 등장하지 않아도 왠지 부산일 것같다는 예측을 하며 보게 된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부산을 염두에 뒀나.

원래는 지역색이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를 원했다. 그래서 용두시라는 가상의 영화적 공간을 설정했다. 촬영을 앞두고는 인천, 목포, 부산 등을 후보지로 두고 고민했다. 부산을 최종 선택한 이후에 세트 촬영도 많이 진행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미미루라는 이름의 중국집 세트 전체를 지었다. 목포 등 주변 도시에서 찍기도 했는데, 바닷가 장면들은 대부분 부산에서 찍었다.

- 영화의 메인 스테이지라 할 수 있는 낙원 호텔은 식구파의 전성기를 상징하고, 중간 보스 순태가 운영하는 미미루는 새 시대를 상징한다. 이러한 항구도시의 풍경은 레퍼런스가 있었나.

영화마다 기존 장르영화 공식, 이른바 레퍼런스를 배반하는 방식으로 꾸미기도 하는데 나는 오히려 이 영화에 유사한 영화 속 공간의 익숙함을 그대로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언더 커버 형사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영화들인 <신세계> <무간도>의 공간을 끌어들여 중국집과 호텔이 보이는 바닷가 메인 공간을 설계했다. 물론 목포에서 찍은 외관도 있는데 부산이 등장하는 <친구> 같은 누아르영화 속 공간의 익숙함을 떠올릴 수 있는, 하지만 지역색은 너무 강조하지 않는 공간을 원했다.

- 극 중 은행 직원이 주소를 말할 때 “중앙동 21세기 식구파”라는 대사를 언급하는 것 외에는 실제로 용두시라는 지명이 등장하지 않는다. 극중 인물들이 특정 지역 사투리를 구사하지 않는 것과도 연관이 있나.

시나리오상에는 지명이 표기되어 있다. 영화 속 뉴스 장면에서 잠깐 언급이 되는 정도다. 일부러 지명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고, 캐릭터의 말투 또한 다 같은 맥락에서 설계한 것이다. <보스>는 이야기의 시작점이 기존 누아르 영화와 달리 보스 자리를 원하지 않는 조직원들이 주인공이라는 일종의 하이 컨셉 영화다. 익숙한 공간의 레이어를 가지고 변화를 줘야 했다.

- 순태의 미미루를 다시 짚어보자.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인 순태의 메인 공간인 미미루는 기존 누아르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방식의 공간이 다. 예를 들면 주방과 홀 시스템의 공간 분리가 대표적이다. 실상은 음식을 만드는 평범한 공간 이지만, 식자재가 있는 지하공간과 주방은 밀실처럼 보이기도 하고, 불법적인 제조 시설이 있는 공간 같기도 하다.

지하공간은 전체 이야기 구조상 ‘꺾이는’ 지점에서 등장한다. 원래는 미미루 외부 공간으로 설정했으나 미술감독과 협의해서 부산영화촬 영스튜디오 세트 촬영으로 바꿨다. 이 공간은 순태의 꿈의 공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꿈인 요리에 보다 깊이 있게 접근하기 위한 공간으로 서의 의미도 더해 밀실 식자재 공간이 꾸며졌다. 반면에 홀과 주방은 조직의 밀실 회의도 이뤄지는 혼종 공간으로 별도의 긴장감을 조성하려고 했다. 지금 이야기한 전체 세트 촬영 분량 대부분을 부산에서 진행했다. 미미루 세트, 댄스 교습소, 낙원 호텔 집무실, 회의실 경우도 모두 부산 세트 촬영분이었다.

- 기존 한국 조폭 코미디 장르에서 보여줬던 액션의 동선은 전형성을 띠기 마련이다. 그런데 집무실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는 초중반에 전형적으로 묘사되던 액션신들과는 전략이 달라 보인다. 공간 디자인이 우선시되었을 것 같다.

우리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라는 것을 계속 염두에 두긴 했다. 액션이 위주가 되어도 코미디가 베이스라는 걸 잊으면 안되기 때문에 공간 역시 같은 방향으로 디자인되어야 했다. 후반부 마약 접선 장소도 부산의 주변 항구나 창고 등을 고민하다가 오히려 호텔 세트에서 찍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 이유는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마침 호텔에서 이야기가 끝맺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무술팀과 협의해서 갑갑하고 좁은 공간에서의 액션 활용을 위해 이규형 배우가 약을 먹는 설정도 집어넣었다. 코미디의 긴장감을 살리는 효과도 있었다.

- 일종의 반전을 보여주는 ‘끝장전’ 공간도 중요했을 것 같다.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접선 장면이 호텔 집무실 중심으로 결정되면서, 애초 해안가나 항구 중심에서 벌어지도록 디자인했던 끝장전 공간의 컨셉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지금의 공간이다. 싸움 자체를 열린 공간에서 하길 바랐고 전체적으로는 클래식한 분위기가 펼쳐지기를 원했다.

-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진행했던 세트 촬영이 제작 과정에서 어떤 이점으로 작용했나.

전체 촬영 기간 중에서 부산 촬영이 워낙 많기도 했지만, 장점을 꼽자면 프로덕션상의 효율성을 꼽겠다. 다른 도시의 스튜디오를 이용 하면 위치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집중력도 흐트러질 수 있다. 좋은 룩을 담기 위한 외적인 환경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작진의 정서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촬영은 우리에게 꼭 필요했다. 주변 로케이션 촬영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은 말할 것도 없고. 덕분에큰 도움을 받았다.

- 부산 로케이션 촬영을 비롯해 이번 영화제작 전반에 대한 소회를 들려달라.

촬영 시기가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겹쳤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배우들과 치열하지만 즐겁게 촬영했다. 그 공간이 부산이어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부산영상위원회에 감사를 전한다. 극장에서도 관객들이 명절 연휴에 즐기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나.

한국에서 준비 중인 시나리오도 있고,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베트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 다. 전혀 새로운 곳에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오랫동안 준비했다. 베트남 제작사와 공동제작 형태로 투자도 완료되어 하반기 혹은 내년 초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베트남 제작진, 배우들과 만드는 프로젝트다. 완전히 새롭기도 하고, 영화적인 언어로만 소통하면서 밟아가고 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신기하다. 장르는 당연히 코미디다.